2010년 5월 29일 상하이 서교국빈관
고려대학교 염재호 교수 대담

염재호 (Yeom): 오늘 오전 상하이포럼 개막치사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시더군요. 파키스탄에서 MBA를 취득하시고 시티은행에서 30년간 근무하신 후 파키스탄의 고위 공무원이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쿠데타 직후 무샤라프 대통령으로부터 함께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셨는데 시티은행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 귀국을 결정하셨습니까?
Aziz: 모든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티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고 고위 경영진에 올랐으나 파키스탄의 미래에 대해서 항상 우려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인적 자본이 있는데도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께서 전화를 하셨을 때 저는 그 분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 국가가 파산 직전이니 와서 도와달라고 하셨죠. 왜 만나본 일도 없는 저에게 전화하셨는지 여쭤봤더니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기량을 갖춘 사람을 찾다가 제게 연락을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시티은행에서 휴직을 하고 귀국하기로 결정했죠.
귀국해서 재무부장관이 되어 일단 국가의 재정적 출혈을 막은 후, 현지에 맞는 독립적 전략과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계획 시행과 동시에 경제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위해 IMF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죠. 서서히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고 적자감축과 debt profiling 개선도 나타났습니다. 국내외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민영화, 규제완화, 자유화라는 세 가지 철학이 주축이 된 개혁이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개선되면서 IMF와도 작별할 수 있었는데 파키스탄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경제적 주권을 되찾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죠. IMF는 경제를 잘못 경영했을 때 복용해야 하는 약입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실수를 바로잡고 구조적 개혁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파키스탄은 발전과 성장을 계속했습니다. 사상최대의 투자가 세계 각지에서 모든 분야에 모였습니다. 5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이 6-8%였고 GDP, 1인당 국민소득, 수출, 수익 모두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죠. 경제성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파키스탄은 해 했습니다. 과격주의 성향도 가라앉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소득, 분쟁해결, 공정성이 부재할 때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 절망과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경제발전, 취업의 기회, 투자유치, 생활 수준의 향상 등으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 즈음에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를 위한 선거를 결정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의회제도인데 저는 처음에 상원에 선출되었다가 하원의원이 되었고 이후에 총리에 당선되었습니다.
Yeom: 파키스탄이 보여준 경제성장은 놀랍습니다. 카라치증권거래소와 해외직접투자가 500%씩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행정학 교수로서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과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Aziz: 시티은행에서의 경력과 경영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정부들의 경우 경영전문지식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변화에 민첩하지 않은 경우도 많죠. 처음에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파키스탄 공무원들의 유능함이었습니다.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지만 일은 더 많고 봉급은 적었습니다. 제 권한 안에서 보상제도를 수정했습니다.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훈련시켜야 했기 때문이죠.
하버드대학 Kennedy School of Government 와 함께 파키스탄 공무원들을 위한 특별과정을 설립했습니다. 중간계급의 공무원들을 40명씩 두 달간 Kennedy School of Government 로 보냈습니다. 지속적으로 말이죠. 한 팀이 귀국하면 또 다른 한 팀을 보내는 식이었습니다. 그들이 출국하기 전에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 왜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가에 대해 설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현지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지만 세상은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습니다. 많은 국가들을 보면 행정조직과 현실 사이가 끊겨 있습니다. 이 격차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프로그램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약 60% 정도의 공무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20%는 중립적이었으며 20%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장관들에게는 한 해 동안의 목표를 정하게 한 후 정기적으로 성과에 대해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주요 부처의 경우는 3개월에 한 번, 그 외 부처들은 6개월에 한 번 보고하고 내용을 전부 공개했습니다.
Yeom: 방글라데시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에 3년간 참여하는 동안 다카에 세 번 방문했고 책도 출간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Aziz: 공무원 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그렇습니다. 시티그룹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변화를 관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고하고 새로 채용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공공부문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죠.
Yeom: 관료체계의 장애를 보여주고 변화를 목표로 삼도록 교육하는 과정이었으나 사람들은 문제가 있음을 이해하면서도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정치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하면서 그들 스스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Aziz: 제 경우는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10여 개 국에서 일하고 여러 지역을 관리하면서 글로벌세계에 노출되었던 것이 장관으로, 그리고 총리로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티은행은 직원들에게 대학에서 수업을 받게도 하고 석학들을 통해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할 때의 기업문화는 세계화(globality)와 능력주의(meritocracy)를 중요시했습니다. 국적에 상관 없이 급여를 책정하고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평가했죠.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었고 많은 기업문화적 금기를 깰 수 있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항상 당당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했습니다.
Yeom: 상하이포럼을 지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의 경우, SK 그룹이 35년 전에 설립했는데 당시에는 이와 같은 재단이 없었습니다. 고등교육 방면에서도 큰 개혁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고등교육 예산을 15배 인상하셨다고요?
Aziz: 너무 많이 늘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등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제가 총리가 되기 전, 재정부 장관 시절부터 대통령께서 주도하신 것입니다. 제가 총리 임명을 받고 지원을 더 확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교육은 피라미드 형태이지 않습니까. 부가가치가 높은 활동을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으로 교육받은 인재들로 이루어진 핵심집단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박사학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에서 소화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적 리더십을 발휘할 주요인물들은 고급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는 기술훈련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어린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학교를 떠난 지 10년이 지난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도 국민이고 그들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 뭔지도 중요합니다. 직업기술훈련 통해 해외취업이 가능한 인력 자원 창출이 가능했습니다. 현재 파키스탄 국민들은 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모든 단계에서의 필요조건을 고려해 맞춰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탄탄한 인적 자본이 필요하죠. 인적 자본은 파키스탄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파키스탄 국민들은 심성이 곧고 자발적입니다. 직업훈련, 기술훈련, 고등교육을 통해 기회를 제공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입니다.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이지 않습니까? 국가의 안보를 위해 핵보유가 필요한 것을 인식한 우리 국민들은 불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아주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Yeom: 한국도 마찬가지로 천연자원이 없기 때문에 인적자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를 다시 잠깐 말씀 드리자면 그곳에서는 초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더군요.
Aziz: 고등교육지원은 돈이 매우 많이 듭니다. 문맹인 사람들도 아직 많은데 왜 고등교육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해법은 없죠.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조사하고 격차가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검토했습니다. 이와 같은 격차를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씩 해결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초등교육의 입학률이 급감했다면 정부에서는 빨간불이 켜져야 합니다. 5년, 10년 기다리면 이미 그 아이들은 10대가 되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게 되거나 과격주의 성향을 갖게 될 수 도 있으니까요.
Yeom: 파키스탄의 성공적인 발전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국가들이 있지 않습니까?
Aziz: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 기업, 그리고 think tank들이 도움을 요청해옵니다. 국가원수들에게 자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일부러 컨설팅을 하러 나서지는 않지만 요청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리적 보상이 금전적인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계산은 하지 않습니다.
Yeom: 암살음모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인생관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까?
Aziz: 코 앞에서 죽음을 면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운전기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일을 겪고 제가 더 열심히 옳은 길로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신이 제게 다시 한 번 삶의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번 삶은 국가를 위해 더욱 헌신하고 힘차게 일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eom: 파키스탄, 그리고 스스로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십니까?
Aziz: 파키스탄이 갖고 있는 훌륭한 자산은 올바른 governance, 경영, 개혁, 문화를 통해 활용되어야 합니다. 또 한, 능력위주의 사회, 성실, 근면, 진실성, 그리고 민주주의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바램과 의지대로 국가가 운영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백지수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의 규칙을 따라야겠죠.
파키스탄은 복잡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주변국들과의 충돌, 아프가니스탄의 외국군 병력배치 등을 포함한 많은 지정학적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평화유지군으로 파병을 했다고 해도 반대 입장에서는 점령당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해가 다른 것이 문제가 되죠.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에 평화가 와야 합니다. 그 외에 평화와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주변 국들과의, 특히 인도와의 좋은 관계겠죠. 지역의 발전과 가능성의 실현은 평화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독창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가 있을 때 타당하고 공평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겠죠.
Yeom: 혁신적인 기업인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 주시고 싶으십니까?
Aziz: 누구에게나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인생에서 지름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일단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목표를 정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죠. 전략이란 목표를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뜻합니다.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입니다. 전략은 초점이 없고 모호해서는 안됩니다. 아주 명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action plan과 시행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목표, 전략, 시행 이 세 가지 단계는 각각 중요합니다. 변화가 쉽지는 않죠. 인간은 변화를 거부하는 본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부문과 기업, 양쪽 모두에서 부족한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끌고, 소통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리더십입니다. 지도자가 나무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죠. 경험, 교육, 글로벌 환경에 대한 노출을 통해 양성하는 것입니다. 지혜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많을지 모르지만 머리가 좋은 것과 슬기로운 것은 다르니까요. 여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라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Yeo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