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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와 생활
학자 : 최종학
작성일 : 09.12.16


<재단 제18기 해외유학장학생 U. of Illinois at Urbana Champaign 경영학 박사, 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

사례1
부실은행으로 판정된 외환은행은 2003년 론스타 펀드에 매각되었다. 부실은행으로 판정되지 않았다면 금산분리법상 은행을 경영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에 불과한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익수 직후부터 국부의 헐값 유출이라는 논란이 벌어지기 시작해서, 인수 다음연도에 외환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보고하자 외환은행을 헐값에 론스타 펀드에 팔기위해 회계조작을 해서 부실하지 않은 은행을 회계장부상 부실한 것처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례2
2008년 후반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각국의 투자은행들은 회계기준을 고쳐달라고 정부에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로비의 결과로 세계각국 정부는 회계기준을 개정, 금융자산에 대한 시가평가를 중지했다. 그 결과 투자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들의 막대한 평가손실을 회계장부에서 빼버릴 수 있었다. 이런 손실들이 장부에서 빠지자 투자은행들은 흑자가 나는 것으로 보였고, 이 틈을 이용하여 2009년 초 투자은행들은 막대한 증자를 실시했다. 결국 상당수의 투자은행들이 부실을 숨긴채, 이런 내용을 잘 알지못하는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목숨을 유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례3
한국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이익예측치는 천편일률적으로 낙관적이며,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다. 2008년의 통계치를 보면,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보고서의 매수, 중립, 매도의견의 비중은 84%, 16%, 0.1% 이다. 이래서는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신뢰할 수가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재무제표에 담긴 회계수치를 철저히 분석해서 그 행간의 의미를 이해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이익에 대한 예측치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회계수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들이 태반이며, 자료분석을 통해 우수한 보고서를 쓰는 것 보다는 화려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려고만 하는 애널리스트 들도 상당수이다.

사례4
2006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약 6조 5천억의 자금으로 대우건설의 인수에 성공했다. 이 중 약 6조 2천억 정도는 부채를 통해 조달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영진이 이런 막대한 자금을 부채를 이용하여 조달한 것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서 이 자금을 손쉽게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당시 재무제표를 꺼내놓고 살펴보면서, 금호아시아나가 지불한 가격이 적정한 수준이었는지와 금호아시아나 최고경영진의 판단이 적합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평가해 볼 수 있다.

경영학은 실용학문이다. 앞의 네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경영학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실생활에서 계속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생한 학문이다. 경영학은 크게 마케팅, 생산, 인사, 재무, 전략, 회계, MIS의 7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한국에서는 경영학과라는 이름으로 이들 7개 전공이 통합되어 있지만, 사실 외국의 유명대학에 가면 경영대학 내에 5-7개의 개별적인 학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경영학과는 7개 학문분야가 서로 상당히 독립적이다. 필자는 이중에서 기업의 활동을 회계숫자로 기록하고, 그 기록된 숫자를 해석해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분야인 회계학 전공 교수이다.

사례 1과 4의 경우처럼 기업의 가치가 얼마인지 평가하는 분야(valuation), 사례 2처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이를 공시(disclosure)하는 분야(financial accounting), 사례 3처럼 이익이나 현금흐름, 주식가격 등을 예측하는 분야(forecasting) 등이 회계의 영역들이다. 이외에도 회계감사(auditing), 관리회계(managerial accounting), 세무(taxation) 등이 회계에서 다루어지는 영역이다. 사례 4처럼 회계정보를 사용해서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도 회계의 영역이다. 이처럼 회계는 기업의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의 중하위 직원 중에는 회계를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최고경영자 층에서는 회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경영자가 되기가 어렵다. 그만큼 회계는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분야이다. 잘 모르는 분들이 많겠지만, 서울대학교에서 교양필수 과목이 아닌 과목으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이 바로 ‘회계원리’다. 서울대 학생 3명 중 1명은 이 과목을 수강할 정도이다.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두산그룹에서, ‘회계원리’를 중앙대 모든 학생들이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유일하게 지정했다는 사실은 기업 경영에 회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는 실례라고 하겠다.

필자는 회계학 중에서도 회계감사와 재무회계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이다. 2000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자발적 공시에 대한 주가반응’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홍콩과기대에서 6년간 조교수로 근무한 후 2006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까지 회계분야 세계 Top 5 학술지에 6편의 논문을 출판하는 연구업적을 달성했다. 이 정도면 세계 Top 10 정도의 학교에 가서도 종신교수(tenured faculty)가 될 수 있는 연구업적이다. 서울대학교에 부임한 이래로 ‘우수연구상’과 ‘우수강의상’을 해마다 수상하고 있으며, 최근 앞에서 소개한 것 같은 경영사례들을 모아 ‘숫자로 경영하라’라는 책도 출간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회계학 전공은 서울대 전체에서도 그 학문적인 업적이 최고를 다툰다. 2008년 1년 동안 서울대 교수가 회계분야 세계 Top 5 학술지에 출판한 논문편수가 4편으로서, 전 세계 대학 중 16위, 미국대학을 제외하면 2위를 차지했다. 필자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을 가진 교수님들이 회계학 전공에 모여서 열심히 연구를 한 성과라고 하겠다. 최근 3년간 박사과정을 졸업한 8명의 학생들 중 4명은 외국 대학의 교수로, 나머지 4명은 서울시내 전기대학 교수로 학위취득 즉시 부임을 했다. 즉 서울대 박사의 실력을 한국과 외국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사람보다도 서울대 박사학위가 더 인정받고 있는 경우이다. 서울대 회계학 전공의 학문적 수준을 이처럼 끌어올리는데 필자도 약간의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런 명성이 알려지면서, 최근 서울대 회계학 박사과정에 들어오기 위한 경쟁이 무척 치열해졌다. 서울대 박사과정에 들어오지 못해 해외 대학으로 유학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외국에서 살던 것과 달라진 점을 비교한다면, 우선 훨씬 더 바빠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행정부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려니 주말에도 대부분 책상 앞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제자를 열심히 길러서 사회에 내보내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에서 6년간 교수생활을 할 때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이래서 한국이 좋은가 보다. 앞으로 더 훌륭한 후학들이 계속 등장해서, 서울대의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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